작성일 : 18-07-27 15:06
노회찬 의원의 서거를 애도하다 - 충남대 명예교수 임종석
 글쓴이 : 안타레스
조회 : 1,623  
노회찬 의원의 서거를 애도하다 - 충남대 명예교수 임종석 

나는 그보다 결백한 사람인가


노회찬 의원의 서거 소식에 접한 필자는 슬픔에 앞서 놀라움이 컸다.
사건의 경위를 대충 파악하고 나서야
아까운 정치인 한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애석함이 현실로 다가왔다.
국민의 대부분도 필자와 그다지 많이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불법적으로 돈을 받은 건
결코 가볍다 할 수 없는 심대한 범죄행위다.
그럼에도 다대수의 국민들은 그가 간 것을 슬퍼하는 한편 아까워하고 있다.

그는 경기고 재학시절에 이미 10월 유신에 반대하는 유인물을 제작, 배포하는 등,
반독재 투쟁에 참여했다.
1979년에 고려대학교 정치외교과에 입학한 그는 노동운동에 뛰어들었고,
1982년에는 용접기능사 2급 자격증을 따 노동현장에 섞여들어 활동했다.
시위를 조직하고 노조를 결성했다는 죄목으로 수배되어 도망 다니기도 했다.
1987년, 인민노련을 결성했고,
그로부터 2년 후 그와 관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검거되어
1992년까지 2년 6개월을 복역했다.

그러한 그는 1990년대 초반에 정계에 입문하게 되는데,
<어, 그래? 조선왕조실록>라는 제목의 대중 역사서를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도 한다.
2004년 총선 전의 그는 방송의 각종 토론에 나와
촌철살인의 말들과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대중적 인기를 얻고,
그 영향으로 몸담고 있는 민주노동당의 지지율 상승에 크게 기여한다.
그 결과 그는 예상 당선권에 들지 않았는데도
민주노동당 비례대표로 당선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그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예리한 촌철살인의 말들로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내어,
저질스런 막말이 판치는 한국의 정치판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었다.
여기에서 다들 아는 것이지만,
그 은유의 별들로 반짝이는 어록의 일부를 다시 꺼내어 되새김질해 봄으로
떠난 이와의 이별이 남긴 슬픔과 아쉬움을 달래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 한나라당 의원님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이제 저희가 만들어 가겠습니다.
50년 동안 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먹으면 고기가 새까매집니다.
판을 갈 때가 왔습니다.
(2004. 3. 20. 한국의 야당이 다 죽었다 강조하며 한나라당을 향해)

▻ 동네파출소가 생긴다고 하니까 그 동네 폭력배들이 싫어하는 것과 똑같은 거죠.
모기들이 반대한다고 에프킬라 안 삽니까?
(2017. 9. 20일. 자한당 의원들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안을 반대함에 대해)

▻ 학교 앞의 자기들이 잘 다니던 분식집 가게 주인이 구청에 소환됐는데
수업을 거부하는 셈이다.
(2017. 9. 6일. 김장겸 전 MBC사장의 체포영장이 발부됨에
자한당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함에 대해)

▻ 콜레라균을 이유미가 단독으로 만들었든 합작으로 만들었든
국민의당 분무기로 뿌린 거 아닌가.
여름에 냉면집 주인이 '나는 대장균에게 속았다'고 얘기하는 격이다.
(2017. 7. 5. 국민의당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당시 국민의당 지도부가 이유미의 단독 범행이라고 한 일에 대해)

▻ 청소할 때 청소를 해야지.
청소하는 게 먼지에 대한 보복이라고 얘기하면 말이 되느냐.
(2018. 1. 2. 적폐청산은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을 반박하여)

▻ 보수의 머릿속부터 바꿔야 한다.
초기득권층만 대변하는 보수, 친박·비박만 있고 '친국민'은 없는 보수가 문제다.
(2018. 7. 5일. 보수 혁신방안을 놓고 자한당을 향해)

▻ 한국과 일본이 사이가 안 좋아도 외계인이 침공하면 힘을 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전 SBS의 ‘시사토론’에서
정옥임 새누리당 의원이 ‘야권연대’를 비판함에 대해)

노회찬, 그는 자녀를 한 명도 두지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났는데,
그 이유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한다.
1988년에 결혼했으나, 이른 나이가 아니었고,
‘7년간 수배당하다가 교도소 갔다 오니까 첫아이 갖기에 너무 늦은 나이가 됐다.
사실 그동안 아이 갖기 위해 한약도 먹고 용하다는 병원에 다니면서 꽤 노력을 했지만,
지금은 포기했다.’
 ‘입양도 시도했지만, 당시엔 국회의원 신분도 아니었고, 수입도 일정치 않아 거절당했다.’
‘감옥에 있는 동안 집사람이 제 옥바라지를 하면서 살림을 꾸렸다.’
‘집사람이 “여성의 전화”에서 일하면서
“다만 얼마라도 좋으니 생활비는 꾸준히 벌어다 달라”라고 했다.
그래서 매달 30만원씩을 약속했는데, 결국 지키지 못했다.
옷은 아파트 단지 내 재활용품 모아 놓는 데서 주어다 입었고,
또 TV 같은 것은 살 생각도 못했다. 결국 누가 쓰다 버린 걸 가져다 보고 있다.’

이처럼 생활고로 찌든 그가 여유만만의 유머와 촌철의 날카로운 말들로
국민들을 사로잡다니 타고난 천성이 아니었나 싶다.
그러나 역시 그가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받은 돈은 결코 작다 할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그보다 결백한가.

사실 필자는 남에게서 부정한 돈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러나 그와 다른 면에서라면,
노 의원이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받는 돈보다 못하지 않은 잘못까지 없냐 하면,
그렇지 않다.
그보다 더 큰 죄도 범했다.
용기가 없어 구체적으로는 말할 수 없지만 사실이다.
그런데 여러분은 어떤가.
노 의원이나 필자와 같지 않고 순백이 눈(雪) 세상처럼 깨끗하기만 한가.
그렇다면 그대는 복을 크게 받은 사람이다.
만인으로부터 칭송을 받기에 충분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고 노 의원 같고 필자 같이 큰 과오가 있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노 의원처럼 스스로 삶을 포기하고 말아야 하는가.
아니다.
그건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다.
자살은 스스로를 살해한 살인행위이기 때문이다.

노회찬 의원, 그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여 자신을 죽임으로
드루킹 일당으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것 이상으로 큰 죄를 지었다.
살인죄를 지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왜 그를 비난하지 않고 애도하는 것일까.

진정으로 자존심이 강한 사람은 자신의 인격이 손상됨을 견디기가 힘이 든다.
양심이 눈(眼)처럼 예민한 사람도 그렇다.
양심이 발바닥처럼 무딘 사람치고 자존심 강한 사람은 없다.

고 노회찬 의원이 부정한 돈을 받고,
그에 더해 살인죄에 해당하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했는데도,
사람들은 왜 그런 그를 비난하지 않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슬퍼하는 것일까.

그는 어쩌다 한 번 큰 과오를 범했다.
실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로 인한 자존심에 끼얹어진 오물을 견딜 수가 없었다.
가슴을 도려내는 것보다 더 아파 견딜 수가 없었다.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힘들었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 같은 그의 아픔이 그대로 사람들의 가슴으로 전해 온 것일 게다.

그보다 몇 배나 더 큰 죄를 짓고도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멀쩡하게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선 국회의원들을 보자.
노 의원보다 더 결백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데도 그들의 가슴으로 아픔이 한 줄기인들 스쳐가기라도 한 적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고 노 의원처럼 몸을 죽이라는 말이 아니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탐욕을 모두 끄집어내어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다시 태어나라는 것(重生)이다.
발바닥처럼 무뎌진 양심을 눈처럼 예민하게 하여 무너진 자존심을 세우고,
그럼으로 인격을 길러 사람으로서 가야할 길로 가라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도 살리고, 사회도, 나라도 살리는 길이다.

글의 끝은 고인이 정의당 앞으로 남긴 유서의 마지막 구절로 맺고자 한다.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 주시길 당부 드립니다.” 

                    충남대 명예교수 및 우리집공동체 원로목사 임종석

공주아빠 18-07-28 16:32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노회찬 의원의 낮은 자를 위한 삶의 모습이 다시 재조명 되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다시 한번 깨달음의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홍석태 18-07-28 16:34
 
어쩌면, 한 명의 인간으로서, 한 명의 정치인으로서, 한 명의 국민으로서 나라의 민주주의와 발전을 위해 헌신한 그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끼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소피아 18-07-30 10:03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과오로 인한 극단 적인 선택에 비난하고픈 마음보다 아까운 정치인 한 사람을 잃었다는 상실감과 애석함이 큽니다.
훈훈 18-07-30 11:4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써 또 한명의 좋은 정치인을 잃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살아생전 국민을 위해 힘쓰시고 애쓰신 마음 기억하겠습니다.
티라미슈 18-07-30 20:1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정말로 서민을 생각 하고 행동을 하던 정치인이라고 생각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허망하게 간다고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프네요...
김복순 18-08-12 21:46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살아가는 동안 자신의 신념을 잃지않으려고 노력하는 마음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게 슬퍼지네요.
앞으로도 그 마음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두필님 18-08-13 23:21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그곳에서 부디 편히 쉴수 있기를 바랍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박효인 18-09-22 13:07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항상 기억하며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