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친한 것이 친일’이라는 바른 말의 모순

소금이 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도 당연하여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이라는 말도 그렇습니다. 아무도 아니라 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그러나 전에는 이 말을 참으로 많이들 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어떻게도 할 수 없었던 것은 그들 일본에 비해 우리의 힘, 국력이 현격하게 차이가 났기 때문이었습니다. 바위가 밉다고 발로 차면 내 
발만 아프고, 달걀을 던지면 아까운 내 것만 깨지고 맙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의 국력도 급속히 신장 되어 선진국 대열, 세계열강에 들게 되었습니다. 일본을 추월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일본은 여러 가지로 가까운 나라입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종적, 언어적, 문화적, 역사적으로도 가깝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있는데, 역사적 가까움이 그것입니다. 우리는 그들 일본에게 나쁜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해를 끼치지 않았습니다. 나쁜 건 항상 일본이었고 우리는 당하기만 했습니다. 그들은 틈만 있으면 우리를 침략하려 들었고 그 절정은 일제 36년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그것을 우리 조선을 위해서였다 합니다. 자기네가 조선을 근대화시켰다 합니다. 위안부를 돈 벌려 스스로 나선 매춘부였다 합니다. 우리 조선인을 개돼지 취급을 해 놓고 말입니다. 이 땅의 곡식을 제 나라 일본으로 거의 다 실어가고 주인인 우리에게 썩은 콩깻묵을 먹인 주제에…, 말조차도 빼앗고, 민족혼까지도 말살시키려 해 놓고 조선을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쇠붙이라면 밥 먹는 숟가락 하나도 남기지 않고 빼앗아 간 그들입니다. 
그런데 정말 한심한 것은 우리 한국사람 가운데 그들의 말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아는 어떤 교수(지금은 퇴임했지만)는 일본과 친한 것이 친일인데, 친일파가 어째서 나쁘냐고 합니다. 문자적으로 만이라면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친일을 그렇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친일파를 비호하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이지요.
토착왜구는 친일파의 다른 이름인데, 토착왜구가 됐건 친일파가 됐건 그런 말만 나와도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실 8.15해방을 맞고도 친일파를 척결하지 못한 것이 우리 민족의 정신사상 가장
큰 실책이었습니다. 애국지사들의 후손들은 독립운동 등으로 자식들을 교육 시킬 엄두도 못냈으나 친일파들은 동족의 등을 쳐 자기 배에 기름기 올리며 자식들을 많이 가르쳤습니다. 미군정과 이승만 대통령은 그들의 그 알량한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손쉬워, 그들을 중용하여 썼습니다. 그것이 꼬리를 끌어 오늘에 이르른 것이지요.
그들 친일파(적) 인사들은 ‘무능한 진보보다 부패한 보수가 낫다’, ‘도덕이나 윤리가 밥 먹여
주냐, 경제를 살릴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등의 말을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를 하고 쏟아냅니다. 그런 도덕적 해이가 오늘의 복마전 같은 정국을 만든 것입니다. 진보고 보수고, 여고 야고 가릴 것 없이 입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십보백보로 모두가 시커멓기만
합니다.
그런데 ‘오십보백보’의 50보와 100보는 이 말이 쓰이게 된 유래야 어떻든 말만을 놓고 본다면
 같은 것이 아닙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50보는 100보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듯이 완벽한 인간은 없습니다. 집단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요즘 야당이 윤석열 정부의 실책을 들어 말하면, 정부와 여당은 문재인 정권 때는 안 그랬냐고 합니다. 정부, 여당의 말이 맞습니다. 전 정권이 더 잘한 것도 있고, 현 정권이 더 잘하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사안 사안에 따라 다른 것이 사실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게 현 정권이 더 잘하고
있는 것이라면 정부, 여당의 말이 옳고, 전 정권이 조금이라도 더 나았다면 그들의 말은 자기들을 속이고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됩니다.
어떻든 친일파적 사고는 안 됩니다. 그런 정신은 말끔히 지워버리지 않으면 우리의 정신적
자주와 독립은 요원해집니다.
사람은 어렸을 땐 부모의 양육을 받으며 성장해 가지만, 성인이 되면 독립하게 됩니다. 나라도 마찬가지입니다. 힘이 없어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다가도 힘이 생기면 독립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물리적으로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그렇습니다. 물리적으로는 독립을 했는데, 지배받던 때의 타성 때문에, 또는 다른 이유 때문에 정신적으로 독립을 못 한다면 불행한 일입니다. 


개인과 나라에 있어서의 ‘승리’는 같은 것일까

어떻든 친일(파)적인 것은 안 됩니다. 일본과 친하다는 의미의 친일은 지향해야 할 일이지만, 나라를 해롭게 하는 친일적 행보는 용납해선 안 됩니다.
일본에는 “일본회의”라는 거대한 조직이 있습니다. 전쟁 전과 전시의 일본 체제와 사상을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집권 자민당 등 우익의 구심점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껏 자기네 일본과 우리 한국을 일제 36년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하는 망상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상호협력을 말하면서도 속으로는 침탈의 야욕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경제적인 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일본은 2019년 7월부터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품목 3종의 한국 수출을 규제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에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한국의 수출관리에 부적절한 사안이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내세웠지만,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강제징용공 소송에 대응하지 않는 한국 정부에 대한 사실상의 대항조치’라는 인식을 나타낸 적이 있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정영효 도쿄 특파원이 쓴 ‘5천억 희생해 150조 韓 반도체산업에 타격?/효과 없었다…“일본의 부당한 규제 극복” 명분만/한국에 도의적 우위성 준 것 부끄러워해야’라는 부제가 달린 ‘“한국 수출규제는 흑역사…효과 없었다” 실패 인정한 日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이라는 글의 모두 부분 내용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기사를 근거로, 그걸 인용하여 쓴 이 글을 좀 더 소개해 보겠습니다.
“500억엔(약 5004억원) 수준인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해 15조엔 규모인 한국의 반도체 산업 전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레버리지(지렛대 효과)가 높은 제재수단”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한국이 받은 타격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니혼게자이는 “수출규제의 효과가 없었다는 것보다 한국에 도의적인 우위성을 준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며 “일본 통상정책의 흑역사”라고 비판했다. …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공급망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화학 대기업 스미토모화학은 한국에 역대 최대 규모인 100억엔 이상을 투자해 규제 품목인 감광재(포토레지스트) 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니혼게자이신문>이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인용하여 쓴 글인데, 거짓 아닌 사실(fact)입니다. 그런데도 혹자는 지난 정권 때 한·일관계를 파탄 냈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양국 간의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면에서 본다면 조금은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외교는 국익이 우선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국익도 코앞이 아니라 멀리 보는 안목에 의한 것이 아니면 현명한 것이 되지 못합니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인해 우리는 우리 민족의 더 큰 잠재 능력을 보았고, 그로 인한 자긍심 또한 자못 컸습니다. 우리는 쾌재를 부르는데 일본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속된 말로 쪽팔리게 된 것이지요.
개인이고 나라고 간에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를 알아야 합니다. 지필지기면 백전백승인 것이지요. 일본, 다 알지 않습니까. 약자에게는 강하고 강자에게는 약하다는 사실을요. 우리는 ‘왕따’ ‘갑질’의 원조가 일본의 ‘이지메(イジメ)’라는 것도 모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약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기어올라 짓밟습니다.
그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강해지는 것이 제일입니다. 그래서 강한 모습으로 대해야 합니다. 그것이 그들 일본과 친해지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약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친해질 수가 없습니다. 이지메를 당할 뿐이고 먹힐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립니다. 대인관계에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지만, 아니 죽는 것이 사는 것이지만, 국가 간에는 지면 망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개인이고 국가고 간에 상대를 알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