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성경을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사랑 지극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그런 사랑과 그지없는 잔인성을 동시에 지닌 양면성의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성경은 읽기에 따라 지고한 진리가 되기도 하고 모순투성이의 엉터리가 되기도 합니다.

성경은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요일4:8)라고 하나님을 정의합니다. 하나님은 그 본질도 속성도 무엇도 다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일본의 카톨릭 작가 엔도 슈사쿠의 말처럼 하나님은 그 자체가 사랑 덩어리(愛の塊)라는 것이지요. 하나님한테서 사랑을 빼면 시체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예수는 말합니다.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마10:36)라고. 이 얼마나 무섭고 사랑을 등진 말입니까. 사랑의 반대 개념은 미움이라 할 수 있는데, 미움이 극대화하면 원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뿐입니까. 이스라엘 민족의 출애굽 과정에서 사랑이시라는 그 하나님은 애굽의 수많은 사람들을 홍해바다에 수장시켜 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무슨 죽을죄를 지었다고 그런 끔찍한 죽음을 당했어야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노아의 방주 사건은 어떻습니까. 노아와 그의 일가를 빼고는 세상사람 모두를 홍수로 쓸어 죽여 버리지 않았습니까. 잔인의 극치라고 밖에는 무슨 말을 더할 수 있겠습니까.

구약은 전쟁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쟁으로 얼룩져 있는데, 그 배후에는 항상 하나님이 있었습니다. 전쟁이니 그때그때마다 죽어나간 사람이 부지기수였습니다. 잔인하기 이를 데 없는 하나님인 것이지요.

더욱 이해가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다윗이 하나님의 언약궤를 아비나답의 집에서 소들이 끄는 수레에 싣고 옮겨 오는 노정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기돈의 타작마당에 이르러서는 소들이 뛰므로 웃사가 손을 펴서 궤를 붙들었더니, 웃사가 손을 펴서 궤를 붙듦으로 말미암아 여호와께서 진노하사 치시매 그가 거기 하나님 앞에서 죽으니라.”(대상13:9-10)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말입니까. 그 존귀한 언약궤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막으려 한 일이니 칭찬을 해도 모자랄 일인데, 그런 웃사를 쳐 죽이다니 말입니다.

신약에서의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의 죽음(행5:1-11 참조)은 또 어떻습니까. 초대교회 때의 일로 유무상통하기 위하여 판 자기 소유의 값 일부를 감추고는 그러지 않았고 거짓말을 하였다 하여 그들 부부를 직사시키다니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닙니까. 

그러나 여러분, 이는 인간중심의 인본주의 관점으로 성경을 읽어 하나님을 이해한 데에 따른 것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렇게 읽는 것이 아닙니다. 기독교는 철저하게 신본주의 즉 하나님 중심의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알고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성경 말고는 달리 없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영원하신 능력과 신성이 그 만드신 만물에 분명히 보여 알게 되”(롬1:20)었으므로 천지만물을 통하여 창조주가 계신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으로는 그 창조주가 여호와 하나님이라는 것까지 알 순 없습니다. 성경을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 성경의 하나님은 당신을 위해 사람을 지어 세상에 내놓으셨습니다. 사람을 위해 사람을 만든 것이 아니라 하나님 당신을 위해 만드셨습니다. 그렇다고 사랑의 하나님께서 당신만을 위해 사람을 만드신 것은 물론 아닙니다. 사람도 위해서 만드셨습니다. 다만 우선순위가 다르다는 것일 뿐입니다.

신명기는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목적을 “여호와께서 우리에게 이 모든 규례를 지키라 명하셨으니 이는 우리로 우리 하나님 여호와를 경외하여 항상 복을 누리게 하기 위하심”(6:24)이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언은 “그를 높이라. 그리하면 그가 너를 높이 들리라. 만일 그를 품으면 그가 너를 영화롭게 하리라”(4:8)라고 말합니다.

얼핏 보면 사람을 위하여 사람을 만드신 것 같지만, 조금만 자세히 보면 하나님을 위한다고 하는 전제 조건이 선행되었을 때에 국한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께서 사람을 만드신 궁극적인 목적은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니라”(사 43:21)라는 말씀 그대로인 것입니다.

“우리는 진흙이요 주는 토기장이시니, 우리는 다 주의 손으로 지으신 것이니이다.”(사64:8) 창조주 하나님을 토기장으로, 피조물인 사람을 토기로 비유한 말씀입니다. 그릇은 장인(匠人)이 자기의 필요에 따라 만들고, 필요가 없으면 폐기처분을 하는 것입니다.(사64:8-12, 롬9:19-29 참조)
그러니 그릇이요 토기인 사람이 그것을 만든 장인을 보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입니다. 그럴 때는 매가 약이고, 심하면 필요에 따라 만든 그릇이니 깨뜨려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역시 하나님은 사랑이시고, 그 사랑은 사람을 향한 것입니다. 죄로 말미암아 죽을 수밖에 없는, 영멸의 지옥 불에 던져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을 구하시려 창조주이신 성자 하나님, 당신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를 피조물인 인간, 사람의 아들로 고해와도 같은 이 땅에 보내셔서 사람의 아들 즉 사람으로 살면서 그 크신 사랑으로 복음을 선포하고 전파하게 하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되자 여러분과 저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죄를 다 지심으로 죄인이 되어 그 죗값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십니다.

그러니 얼마나 잔인하냐고요? 아닙니다. 잔인한 것이 아니라 사랑하심입니다. 당신의 독생자, 외아들을 그리할 만큼 인간, 사람들을 사랑하신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에서의 죽음은 하나님의 인간사랑의 극치인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독생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그렇게 십자가에 못 박혀 죽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까. 아니지 않습니까. 숨이 끊어지자 그 순간 성소와 지성소 사이의 휘장이 둘로 갈라진 데에서 보듯이, 인간이, 자기들의 죄로 인해 하나님과의 막혔던 담이 무너짐으로 하나님께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아닙니까. 그뿐입니까. 장사한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셔서, 부활하셔서 죗값으로 지옥행을 탈 수밖에 없는 인간들에게 구원의 문을 열어주신 것 아닙니까.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이 세상의 삶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이리라.”(고전15:19) 사실 자기 십자가를 지고 세상과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은 극난의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리니 불쌍하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씀은 저세상 즉 하늘나라에 방점을 찍어 강조한 것이지, 정말 그렇다는 말은 아닙니다. 우리는 자기 십자가를 지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살 때 이 세상을 떠나서 가게 될 하늘나라에 앞서 이 세상에서의 하늘나라를 살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런데 만일 하나님께서 계시지 않다면 우리가 바라는 저세상은 있을 수 없고 이 세상만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서의 하늘나라도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불쌍한 자들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지요.

찬송가 438(통495)장의 가사가 말하듯이 높은 산이든 거친 들이든, 초막이든 궁궐이든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그 어디나 하늘나라입니다. 내 모든 죄 사함 받고 주예수와 동행하면 그 어디나 하늘나라입니다.

찬송은 입으로만 부르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찬송은 부르는 사람의 신앙이 입으로 고백되어 나오는 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거듭 말하거니와 토기장이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 토기가 토기장이를 심판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나아가서 토기가 토기장이의 이마를 들이받고 발등을 내리쳐서는 더더욱 안 됩니다. 그럴 때 토기장이는 토기를 깨뜨려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서 예수께서 들려주신 포도원 농부의 비유를 생각해 보지요. 이것이 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입니다. 농부가 포도원을 만든 것은 포도열매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자기의 소득을 위해서이지요. 농부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소작농 농부는 소작료를 지불하고 남은 소득으로 만족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고 주제넘은 짓을 한 결과가 어땠습니까.

우리는 토기요 소작농입니다. 그러니 토기장이나 지주 행세를 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토기가 토기장이를, 농부가 지주를 심판해서도 안 됩니다.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나님을 판단하고 심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천지를 지으시고 주재하고 계시는, 그 크기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전지전능하신 여호와 하나님을 인간이 그 알량한 머리로 이해하고 판단하려 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입니다. 논리를 내세워 이러쿵저러쿵하기도 하는데, 가소로운 일입니다. 하는 일마다에 한계를 느끼는 인간이 무한하여 전지전능하신 하나님을 논리적으로 이해한다?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그냥 무조건 믿는 것입니다. 맹신하는 것입니다. 옳고 그름을 분별하지 않고 무작정 믿는 것을 맹신이라 하는데, 성경 말고는, 하나님께 말고는 그래서는 안 된다는 건 재언을 요치 않습니다. 아무리 기독교라 해도, 그 교리라 해도, 개혁자들의 말이라 해도 성경과 다르다면 버려버려야 합니다. 성경이기 때문에, 하나님이기 때문에 맹신하고 맹종하는 것입니다.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 하나님을 논리라는 잣대로 재어 판단하려 해서는 안 되고 그럴 수도 없기 때문에 맹신, 맹종해야 하는 것입니다. 성경의 이해 안 되는 부분이 있거든 억지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기도하며 읽고 또 읽다가 그래도 이해 안 되면 여기에 내가 이해 안 되는 하나님의 뜻이 있는 것이라 믿고 그대로 넘어가면 됩니다. 억지로 풀다가는 스스로 멸망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벧후3:16)

한 마디로 말해 성경을 그대로 믿으면 된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기도하며 노력해야 할 일은 성경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바로 아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대로 실천하며 사는 것입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고전 1:18-20)입니다. 인본주의 자들에게는 ‘십자가의 도=성경=하나님’이 미련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신본주의, 하나님 중심주의의 구원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인 것입니다.

예수께서도 성령이 충만하시어 “천지의 주재이신 아버지여, 이것을 지혜롭고 슬기 있는 자들에게는 숨기시고 어린아이들에게는 나타내심을 감사하나이다. 옳소이다. 이렇게 된 것이 아버지의 뜻이니이다”(마11:25-6) 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여기에서의 ‘이것’은 구원의 도리인 복음을 말함인데, 광의로는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가리킵니다. 그런데 그 성경을 인간의 머리(지혜)로는 알 수 없고 어린아이처럼 순종하여 따르는 사람들이 알 수 있음에 대해 예수님조차도 감탄하여 감사의 기도를 드린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이나 저나 할 것 없이 믿는 우리 모두 하나님을 판단하려는 우를 범하지 맙시다. 그냥 무조건 믿고 따릅시다. 그것이 우리 기독교의 믿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