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8-30 10:31
두뇌 우수한 임차인 윤희숙 의원님께
 글쓴이 : 동그리
조회 : 130  
“저는 임차인입니다. 제가 지난 5월 이사했는데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2년 있다가 나가라 그러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표결된 법안을 보면서 제가 기분이 좋았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저에게 든 생각은 4년 있다가 꼼짝없이 월세로 들어가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 그게 제 고민입니다. 제 개인의 고민입니다.”

지난해(2020년) 7월 ‘임대차 3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 하자 의원님께서는 “존경하는 박병석 국회의장님, 그리고 동료 선배 의원 여러분 저는 서초갑 윤희숙 의원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 오늘 표결된 주택 임대차법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려고 나왔습니다”라는 말에 이어 이 같은 ‘명연설’을 하셨습니다.
이건 사이다 같은 청량음료 수준이 아니라 십년 묵은 체증도 내려갈 것 같은 그런 명연설 중의 명연설이었습니다. 세상에 이 같은 국회의원도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대통령씩이나 된 사람이 청와대로 들어가기 직전까지 강남도 아닌 어느 동엔가 있다는 25평짜리에 살았던 사람의 그 무능을 좋아하는 저는, 이사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집주인이 나가라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을 달고 살고 있다는 의원님의 말씀에 가슴이 찡함을 느끼기까지 했습니다. 저는 의원님의 그 무능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그 학벌과 그 경력에 국회의원까지 되신 의원님의 그 무능이 한없이 좋았습니다. 바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겐 의원님과 같은 바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요, 실제의 의원님을 알고는 무엇인가로 머리를 한 방 세차게 얻어맞은 것 같았습니다. 임차인인 것은 맞지만 임대인이자 임차인, 그것이 의원님이셨습니다. 그것도 아파트가 두 채였는데, 그 명연설의 바로 며칠 전에 한 채를 팔았기에 한 채만의 임대인이자 임차인이 되신 것이었습니다.
혹자는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말이 절반만 사실이라고 말합니다. ‘임대인이자 임차인’이라 해야 다 맞는 말이 된다는 것이지요. 그야 그렇지요. 그런데요, 제가 보기로는 여장부 중의 여장부이신 의원님께서 그런 일로 그런 걱정을 달고 살았다고 하신 말씀에는 공감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 걱정은 돈 없는 소심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거든요.
저는 의원님의 현실을 알자 이제 의원님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는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큰 타격을 입을 것임이 틀림없다 생각했습니다. 의원님께서 제대로 얼굴을 들고 나닐 수 없게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저 같은 사람도 알게 된 것을 국민들이라고 모를 리가 없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그리 생각한 것이지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은 사실이야 어떻던 그 멋진 연설 그 자체만을 생각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원님은 추락은커녕 인기상승에 날개가 돋은 것 같았습니다. 그럼과 동시에 의원님의 입에서는 여당과 현 정권에 대한 독(毒)한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왔고, 그것은 또 인기상승의 날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정치적 몸집이 불어난 의원님께서는 급기야 대선출마라는 어마어마한 카드까지 꺼내들기에 이르렀습니다.
저는 의원님은 역시 대단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국민을 우습게 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명연설로 속인 것 같이 국민들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초선의원이, 그것도 정치입문 1년차인 의원님이 대통령을 하는 데에 정치 경험은 없어도 좋지 않으냐 일갈하신 것을 보고 더욱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의 능력과 지혜는 머리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고 경험도 크게 역할을 하는 것이라는 건 멀리 갈 것도 없이 지금 현재의 정치판만 봐도 알 수 있는 일입니다.
의원님께서는 대선출마 선언에서 “이번 선거는 ‘너 죽고 나 살자’ 정치를 끝내고 민주주의의 본질을 회복하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 편가르기만 해대며 입으로만 공존을 외치는 위선자들을 역사에서 몰아내는 선거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지요. 꼭 그렇습니다. 제가 의원님께 드리고 싶은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며칠 전, 24일이었다고 기억되는데,  TV 뉴스에 의원님께서 국회의원직을 사퇴한다는 예보의 자막이 떴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의원님 가족이 농지법을 위반한 의혹이 있다고 소속 정당에 통보하고, 그 지도부가 의원님을 포함한 같은 당의 의원 12명의 실명을 공개한 지 하루 만이지요.
저는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사람이라면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제가 어리석었습니다. 사람이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잠시 잊고 있었던 것이지요.
25일 기자회견장에서 의원님께는 국회의원직도 대선후보도 내려놓겠다고 하시며 그 이유로 내로남불의 현 정권으로부터 정권교체의 동력을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드셨습니다. 사실 의원님께서는 현 정권이 우리나라 역대 정권 중 가장 사악한 정권이라도 된다는 식의 말들을 그 독한 말씨로 쏟아내었습니다. 하기야 의원님의 소속 당 후보치고 그리 말하지 않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으니 의원님만을 나무랄 수는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그렇다면 지금의 직전 정권보다도 더하다는 말이 되는데, 최순실이라는 책사(?)의 컴펌을 받게 하고, 거의 매일 같이 올린머리에 손질에 두 시간씩 쓰고, 세월호 참사 당일 오후 늦게까지 그 사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정말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며 오방색, 오방낭을 국가행사에 동원했던 정권보다 못하다는 말이 되는데, 설령 정말 그렇다 해도 당시의 집권당은 그때의 사과부터 하는 것이 순서 아닌가요. 아니면 정권교체를 이루어 그때로 돌아가겠다는 것인가요.
그건 그렇고 어떻든 권익위는 의원님의 부친께서 농지법 위반과 주민등록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봤는데, 이에 의원님께선 ‘야당의원을 흠집 내려는 의도’라 반발하며 ‘우스꽝스러운 조사’라고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요, ‘야당의원을 흠집 내려는 의도’의 ‘우스꽝스러운 조사’에 의원직까지 내려놓겠다는 의원님이 더 ‘우스꽝스러운’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런데 왜, 어째서 그 어렵게 얻은, 남들은 기를 쓰고 지키려하는 그 대단한 국회위원직을 내려놔요? 대통령 후보야 끝까지 간다 해도 당선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잘 한 일이지요. 그런데 왜 국회의원까지요? 아닙니다, 아니에요. 의원님식의 의원님다우신 결정을 하신 것입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겠다는 것이지 정치를 그만두겠다는 말은 아니니까요.
사표가 국회에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을 생각한 정치 쇼라 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야 모를 일이지요. 어떻든 받아들여져 의원직을 잃는다 해도 의원님으로서는 남는 장사가 분명하지요. 이번 사건 후 의원님의 언행은 이미 정치적으로 이슈화됐고, 의원직을 잃게 된다면 그게 더 커져 의원님의 정치적 몸집은 더 커질 것이 분명할 테니까요.
의원님께서는 문제가 된 의원님 부친의 세종시 땅 매입에 대해 “26년 전 결혼한 뒤 아버지의 경제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도 하셨는데, 그걸 누가 믿겠어요. 매입 당시 서울에 거주하시는 부친께서는 딸인 의원님이 계시는 세종시에 가셔서 3000여 평이나 되는 땅을 매입하셨잖아요. 그것도 팔십 노인이 농사를 짓겠다며 말에요.
부친이시니 지금은 그 말조차도 사라진지 오래인 옛 여인들의 삼종지도를 말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우스꽝스러운 일이고…,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해도 나이 팔십 노인이 되면 대개가 가정의 큰일은 자식들과 상의를 하지요. 그런데다가 의원님께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유능한 경제학자시잖아요. 보편적 가정에서는요, 아무리 출가한 딸이라 해도 연로하신 부모님 집에 냉장고나 세탁기, TV 같은 가전제품 하나만 들여놔도 다 알아요. 그런데 콩가루 집안도 아니고 어엿한 집안이신데, 그 따님이신 의원님께서 모르신다면 누가 믿겠어요.
의원님께서는, ‘정치인은 ’도덕성 기준이 높아야 된다’시며 ‘이게 내 정치’라 주장하시는데, 맞아요. 저도 동감입니다. 그런데 의원님께서는 자신의 도덕성이 몇 점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두필님 21-09-10 22:33
 
정치인들이 도덕적으로 성숙해지기를 바라며 정치인들 스스로도 자신의 도덕성에 스스로 점수를 매겨 볼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또한 교수님의 글로 인해 스스로를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백선희 21-09-11 22:29
 
글을 읽는 내내 매번 가르침을 주신 항상 베풀으란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위의 도덕적이지 못한 정치인 또한 탐욕이 부른 비극적인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윤지 21-09-17 09:42
 
국민을 대변하는게 국회의원인데 권력을 남용하고 자신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나이 많으신 부모님을 욕되게 하고 과연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로케 21-09-25 21:56
 
정치인들은 알게 모르게 선민의식같은게 흘러나오는게 보일때가 있는것 같습니다. 사람은 언제나 겸손해야한다만 정치인이 되면 그게 잘 안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것 같아 보입니다.
이강현 21-10-17 18:25
 
정치인이 아무나하나 이런말이 있듯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겸손하고 행복하는 삶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