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1-05-06 09:06
배우 윤여정, 사람 윤여정
 글쓴이 : 이다영
조회 : 319  
배우 윤여정, 사람 윤여정
― 입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만든다 ―


김여정도 누구도 아닌 윤여정

매년 봄(2,3월)에 실시되고 오스카상이라고도 하는 아카데미상의 제92회(2020년)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관왕을 차지하자 온 국민은 마치 자기가 상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기뻐했습니다. 저도 물론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수개월을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을 생각하면 마냥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2021년 올해의 이 상(93회)에서도 또다시 영화 <미나리>에서 열연한 우리의 윤여정이 여우조연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저는 이로 다시 한 번 한동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 무슨 호들갑이냐고요? 아니지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몸 된 교회의 지체이듯,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이고, 윤여정도 국민이며 저도 국민이니 호들갑이라 해서는 안 되지요.
그런데요, 솔직히 말씀드려 저는 윤여정을 잘 모릅니다. 마니아까지는 아니더라도 드라마를 좋아하는 저인데 그를 눈여겨 본 적은 그다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은연 중 탤런트치고 예쁜 얼굴은 아니라 생각했던 것이 전부가 아니었나합니다. 연기에서도 별다른 것을 느끼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일을 낸 것입니다. 
그것도 63년 전인 1958년 제30회 아카데미에서 일본계 미국인 미요시 우메키(梅木美代志)가 여우조연상을 받은 후 처음으로 아시아 배우로는 두 번 째라네요. 아니지요. 수상당시의 그는 미국으로 귀화한 미국인이었으니 아시아인이라 할 수는 없지요. 굳이 말하자면 아시아계 미국인이라 해야 옳지요. 그리고 고령 순으로도 같은 상의 역대 세 번째라는군요. 거기에다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42관왕이 됐으니 더 말해 뭐하겠습니까.
그러나 그에게서 제가 이 같은 그 기록적 성과에서보다 더 놀란 것은 각종 매체들이 앞 다투어 소개한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그래요, 그의 입에서 나온 말 때문이지요. 그는 수상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는 사실 경쟁을 믿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글렌 클로즈와 같은 대 배우와 경쟁하겠습니까. 그분의 훌륭한 연기를 정말 많이 봐 왔습니다. 우리 다섯 명 후보가 각자 다른 영화에서 다른 연기를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 사실 경쟁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승리한 거나 다름없습니다. 저는 단지 운이 좀 더 좋아서 이 자리에 서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이야 알 수 없지만 철저하게 준비해온 말이라 해도 놀랍지 않습니까. 수상 후 LA총영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지금이 최고의 순간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지 않느냐’며 ‘저는 “최고”, 이런 말이 싫다. 너무 “1등” “최고” 그러지 말고 그냥 같이 살면 안 되나’ ‘최고가 되려고 그러지 말자. 그냥 최중만 하면서 살면 되지 않느냐’라는 의미의 말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먹고 살려고 했기 때문에 저에겐 대본이 성경 같았다’고도 했습니다. 10여년 전 MBC의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예술은 잔인한 것, 예술가는 배가 고프고 돈이 급할 때 좋은 작품을 만든다. 화가들을 봐라. 명작들은 배고플 때 나온다.’ ‘배우 역시 돈이 급할 때 가장 연기를 잘하는 법이다. 내가 그토록 혼이 실린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서였다.’고 한 것과 맥을 같이 한 말이지요. 자기는 ‘생계형 배우’라며 대개가 하기 꺼려하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 것이지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는, ‘없다. 그냥 살던 대로 살 것’이다. ‘오스카상을 탔다고 윤여정이 김여정이 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라고 했는데, 그게 바로 김여정도 누구도 아닌 윤여정이 아닌가 합니다. 그는 몇 년 전 tvN 현장토크쇼 <TAXI>에 이영자와 오만석 셋이서 출연한 적이 있는데요, 그 장면을 대충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이영자: 50살 정도 되면 모든 걸 다 알줄 알았는데, 모르겠어요. 선생님 나이가 되면 다 알아요?
윤여정: 어떻게 다 알아, 이것아. 나도 67살을 처음 살아 본 거잖아. 그냥 나는 늘 주장이 나는 나 같이 살다 가면 된다, 이영자는 이영자 같으면 되는 거고, 오만석은 오만석 다우면 되는 거고. 롤모델 어쩌고 하며 왜 그 사람 흉내를 내냐?
오만석: 선생님을 롤 모델로 삼은 배우들이 엄청 많은데.
윤여정: 미쳤지 걔네들이, 날 자세히 몰라서 그래.


‘최중(最中)’이란 모두가 다 같이 더불어 산다는 말

시상식이 끝나자 그가 입은 드레스에 얽힌 이야기도 매스컴을 달궜습니다. 뉴욕포스트는 ‘세계적인 브랜드가 250벌의 협찬 의상을 제안해왔지만 윤여정이 “난 공주가 아니다. 나답고 싶다”며 거절했다.’ ‘그렇게 말하는 스타는 처음이다.’ ‘윤여정은 돋보이려 하지 않았다. 초고가의 보석 협찬도 받았지만 “너무 무겁다. 들 수가 없다”며 고사했다’고 썼습니다.
시상식 다음날의 아카데미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당신의 오스카를 잃어버리지 말아요, 윤여정’이라는 글과 함께 윤여정 그의 영상이 공개되었는데요, 거기에는 고단했던 모양으로 객석의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그를 한 직원이 조심스럽게 깨워 오스카 트로피를 건네주는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조느라고 의자 뒤에 떨어뜨린 트로피를 청소를 하던 직원이 발견했던 것이지요.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트로피를 받아 안고 다시 잠이 들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여러분, 그는 역시 김여정도 누구도 아닌 윤여정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으십니까. 그러니 그의 수상소감 모습이 금년 아카데미 시상식 최고의 장면으로 꼽힌 것도 우연은 아니지요. 그러니 또 그의 입에서 나온 말들에 지구촌 곳곳에서 찬사를 아끼지 않을 수밖에 없게 한 것이지요. 미국에서만 봐도, CNN은 ‘윤여정이 쇼를 훔친다(쇼 스틸러)’고 했고, NYT는 윤여정의 수상 소감 장면을 시상식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며, ‘딱딱했던 시상식에서 윤여정은 뜻밖의 선물이었다’라 하는가 하면, 같은 NYT의 카일 뷰캐넌 기자는 자신의 트위터에 ‘내년 오스카 진행은 윤여정에게’ 맡기자는 글을 남기기도 할 정도였으니까요.
이야기가 또 자꾸 길어지려고 하네요. 그의 어록행적을 더듬다보니 끝이 없을 것 같네요. 이쯤에서 그만 둘려도 그럴 수가 없을 정도에요. 그러나 여기에서 하나만 더 소개해 드리고 그의 말에 대해선 정말 그만할게요. 8,9년이나 전의 일입니다. 그는 김자옥, 김희애, 이미연과 함께 '꽃보다 누나'라는 여행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요, 크로아티아 여행을 갔을 때의 일로 이미연과의 대화장면입니다.
이미연: 선생님은 막상 작품에 들어갔는데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세요?
윤여정: 똥 밟았다 생각해. 그럼 어떡해? 빼라고 해? 그냥 해야지. 근데 다 잃는 것 같아도 사람은 또 얻어. 어떤 경험이라도 얻는 것은 있기 마련이야.
이미연: 여행을 시작하고 나서는 한 번도 후회하지 않으셨어요?
윤여정: 하기로 했으니까. 하기로 했는데, 왜 질척거려. 진짜 생각해 보니까, 아쉽지 않고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딨어. 내 인생만 아쉬운 것 같고 내 인생만 아픈 것 같고 그런데, 다 아파. 다 아프고 아쉬워. 내려놓는 거지.
어떻습니까. 그의 말들에선 윤여정 그의 ‘사람’이 느껴지지 않나요? 저는요, 그의 말에서 목사라는 딱지(아, 실례! 저 같은 목사로서의 자격미달인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로 쓴 말입니다)가 붙은 저에게서보다 훨씬 더 기독교적인 것을 느끼게 되는데, 왜일까요.
그는 경쟁을 믿지 않는다 했는데, 그렇지요. 이 얼마나 기독교적인가요. “운동장에서 달음질하는 자들이다 달릴지라도 오직 상 받는 사람은 한 사람인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고전9:24)라 했는데 무슨 말이냐고요? 그런데 아닙니다. 구원을 얻을 사람이 하나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최선을 다해 신앙의 경주를 하라는 말입니다. 누구와? ‘자기 자신’과이지요. 자신의 안에 있는 무수한 자기들과 경주하는 것입니다. 운동장에서 하는 경주처럼 최선을 다해 하라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여기에서 자기는 “달음질하기를 향방 없는 것 같이 아니하고, 싸우기를 허공을 치는 것 같이 아니”(고전9:26)한다고 했는데, 믿는다는 사람들도 방향을 잡지 못하여 푯대와는 다른 쪽으로 달리고, 사탄이 아니라 성도들을 향해 주먹질을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요.
윤여정 그는 ‘너무 “1등” “최고” 그러지 말고 그냥 같이 살면 안 되나’ ‘최고가 되려고 그러지 말자. 그냥 최중만 하면서 살면 되지 않느냐’고도 했다 했는데요, 그가 말한 ‘최중(最中)’이란 잘은 모르지만 ‘중용(中庸)’의 뜻으로 한 것이 아닌가 해요. ‘“1등” “최고” 그러지 말고 그냥 같이’ 산다 한 말이 그 증거이지요. 모두가 다 같이 더불어 산다는 말입니다.


윤여정은 자신이 했던 결혼생활에 대해 ‘똥 밟았다 생각’하는 건 아닐까요

더 이상 어눌한 언변의 필치로 그의 보배 같은 말들에 생채기를 내지 않으렵니다. 文才 없는 글이 아니라도 여러분께서 그의 말들에서 깊이 있는 철학과 사유를 느끼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요, 한 마디만 더 하겠는데요, 그는 가수 조영남과 결혼을 했었다네요. 다 아는 사실을 가지고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고요? 그렇네요. 그러고 보니 저는 그에 대해 정말 아는 것이 없었네요. 
그런데 제가 조영남을 처음 알게 된 건 1973년 여의도광장에서 열린 빌리 그레이엄 전도집회에서였습니다. 그는 거기에서 성가를 불렀지요. 저도 그때 그 자리에 있었는데요, 운집한 군중의 신앙 열기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성령의 임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100만 명 이상이 모였다는데도 그 많은 사람들의 질서는 흐트러짐이 없어 놀랐던 것을 저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 얼마 후 저는 조영남이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주선으로 미국에 신학을 공부하러 갔다는 말을 들었고, 저는 참 참한 청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귀국 후 그가 말한 신앙을 듣고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습니다. 성경과는 배치되는 것들로 한 줌도 못되는 잘못된 신학지식을 가지고 되는대로 늘어놓는 말 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가했는데, 또 그림대작 사건으로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더군요. 
그럼에도 저는 윤여정이 그와 결혼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야 알게 됐습니다. 1972년에 결혼하여 1987년 이혼했고 둘 사이에는 아들까지 둘이 있다네요. 결혼이야 물론 서로 사랑해서 했겠지만, 이혼은 조영남이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한 거랍니다. 윤여정이 그에 대해 따지자, ‘그래! 나 바람피웠다. 좀 봐줘라. 내가 아빠, 남편 노릇 다 할 테니 사랑방 하나만 내줘!’라 말해 한집에서 같이 살자했답니다. 그런 주제에 세월이 흐르자 윤여정이 못생겨서 같이 잘 수 없었다는 등의 말까지 했다니 이런 경우엔 뭐라 해야 하나요. 그 같은 정도이니 엽색행각을 벌이며 이를 ‘자유로운 정신으로서의 자유 연애, 결혼 제도에 대한 실험’이라 할 수 있었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윤여정이 결혼생활이나 전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나 <미나리>의 미국 배급을 맡은 영화배급사 A24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랑관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은 자동차 사고와 같다. 당신이 어떤 남자를 우연히 만나게 되면 당신의 마음도 잃어버리고 눈도 멀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사라지게 될 거다. 물론 때로는 고통스럽고 아프기도 하겠지만, 그것을 벗어나게 되면 성숙한 사람이 될 거다. 영원히 지속된다면, 그건 꿈일 뿐이다.’
그는 조영남과의 결혼생활에 대해 ‘똥 밟았다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그로 인해 ‘성숙한 사람’이 된 것만은 확실해 보이는데, 아닌가요.
그런데 여러분, 여러분께선 어떻게 생각되시나요. 종교가 없다는 윤여정과 신앙의 집안에서 태어나 신학까지 한 조영남 둘 중, 누가 더 기독교적인 것 같이 생각되십니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 (마15:11)

백선희 21-05-09 21:41
 
글을 보며 겸손이라는 단어가 내내 되새겨집니다.
겸손이라는 마음가짐 자체가 본인을 성숙한 사람으로 만드는 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처한 상황에 늘 감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됩니다.
두필님 21-05-18 22:02
 
교수님의 글을 읽어보며 아직 저는 성숙하지 못한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해 보게 되네요.  교수님의 글로인해 저를한번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율리아나 21-06-07 18:24
 
저또한 윤여정이라는 사람에 대한 마인드에 존경하는사람중에 한사람입니다. 성숙한 사람이 되기위해서 반성하고 노력하고 배우고 겸손한자세로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이만정 21-06-07 19:37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자세는 겸손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이 겸손한 삶을 살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영미 21-06-07 19:56
 
전 최고 보다는 늘 최선의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어떤 일이든 저의 한계는 늘 있어 왔기에 최고보다는 제가 할 수 있는데까지는 최선을 다하자는 주의였습니다.
배우 윤여정님은 자신에게 늘 최선을 다한 삶을 산 것으로 보여집니다.
최고를 내려놓으면 마음이 편해지면서 주변의 것들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거 아닐까요?
그녀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배울점이 참으로 많은것 같고, 오래 살았다고 해서 다 성인군자가 되는게 아니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규연애비 21-06-10 11:44
 
최선의 삶을 산다는 건 쉽은 일이 아닙니다 신앙을 가진분보다 신앙을 갖지 않은 분들중에도 훌륭하고 남들에게 모범이 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중 윤여정 배우라고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다둥이아빠 21-06-13 16:10
 
겸손한 마음으로 본인의 삶을 표현 하는 모습에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되네요.
이강현 21-06-14 19:05
 
남들보다 많이 이해력도  부족했지만 모든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서 열심히해왔습니다.
실수도 많고 성격도 그만큼 급한만큼 항상 겸손이 필요 했습니다.
윤여정님처럼 겸손한마음으로 제 삶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생각하고 열심히하겠습니다.
소피아 21-06-18 11:43
 
인생이란  정말 때로는 고통스럽고 아프기도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성숙해 집니다.
배우  윤여정도 최선을 다하는 삶을 통해서 성숙한 여인의 모습이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