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10-22 14:46
조정래 선생님, 저도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온 사람입니다
 글쓴이 : 우리집
조회 : 406  
조정래 선생님, 저도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온 사람입니다
― 진중권 교수가 초월적 심판자라도 된 것일까요? ―

‘조정래 선생님, 저 임종석도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온 사람입니다. 그런데 언론을 통해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친일파가 된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접하고도 마음이 상하지도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습니다. 말씀대로라면 저도 친일파로 몰린 것이니 당연히 화가 났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은, 그 같은 선생님의 말씀이 소설가로서의 과장법적 표현을 하신 것이거나 아니면 행간(語間)에 숨겨져 있는 의미가 따로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조정래 작가가 했다는 이 말을 처음 접하고, 그분이 옆에 계신다면 이런 말씀을 해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조정래 작가가 한 본래의 발언을 찾아보니 그 말 앞에 ‘토착왜구라고 부르는’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이 발언은 조 작가가 자신의 등단 5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 것인데, 이 말이 들어 있는 한 구절만을 그대로 옮겨 보겠습니다.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돼 버립니다. 민족 반역자가 됩니다. 그들을, 일본의 죄악에 대해서 편들고, 왜곡하는, 역사를 왜곡하는 그자들을 징벌하는 새로운 법을 만드는 운동이 지금 전개되고 있습니다. 제가 적극 나서려고 합니다. 『아리랑』을 쓴 작가로서 이것은 사회적, 역사적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법으로 다스려야 됩니다. 그런 자들은.’
그런데 진중권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이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대충 이런 것들입니다.
조정래의 이 말은 ‘시대착오적인 민족주의 안에 잠재되어 있는 극우적 경향이 주책없이 발현된 것이라고 본다’. ‘이 정도면 “광기”라고 해야 한다. 이게 대한민국 문인의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딸도 ‘일본 고쿠시칸 대학에서 유학한 것으로 아는데, 일본 유학하면 친일파라니 곧 조정래 선생이 설치하라는 반민특위에 회부되어 민족반역자로 처단 당하시겠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에 이게 도대체 무슨 사변인가. 문인들이라는 작자들이 조국 수호에 앞장서고 정경심을 위해 서명운동이나 벌이고 자빠졌으니, 예고된 참사라 할 수 있다’.
진중권 교수가 자신의 SNS를 통해서 한 말인데, 저는 이에 내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진중권 교수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에 담기 어려울 만큼 격 떨어진 표현으로 많은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지만, 그러나 사안 사안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면모도 보였던 그였습니다. 그런 그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에 인용한 조정래 작가의 말이 정말 ‘극우적’이며 ‘광기’라 할 만한가요? 인용된 발언의 바로 앞에 ‘저의 주장은, 반민특위는 반드시 민족정기를 위하여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서 부활시켜야 한다. 그래서 지금 150만, 60만 하는 친일파들을 전부 단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질서가 되지 않고는 이 나라의 미래는 없습니다’라고 하는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제가 생각하기로는 ‘극우적’이기까지는 아닌 것 같습니다. ‘광기’라니 입에서 나온 소리라 하여 다 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대한민국 문인의 수준’ ‘문인들이라는 작자들’ ‘서명운동이나 벌이고 자빠졌으니’ … 아무리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윤리가 시궁창에 팽개쳐졌다 해도 아직 우리는 도덕과 윤리 면에서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20년이나 연상의 노인에게 이 같은 말을 쏟아 내다니 서글퍼지기까지 합니다. 거기에다 조정래 작가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같은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소설가로, 국민작가로 인정받고 있는 문인이 아닙니까.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문제가 된 조정래 작가의 그 발언에 대해, 그 진중권 교수보다 더 심하게 비난을 한 바 있는데, 그런 그조차도 진 교수의 이 같은 표현들에 대해 무례한 것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무례’를 ‘싸가지’라는 관점으로 이해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저는요, 거기에서 누군가가 한 말 ‘초월적 심판자’가 떠올랐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지구가 태양(진리) 아닌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야 하는 것처럼 말을 하기도 하는데, 그에게서도 저는 그런 걸 느꼈습니다. 제 감각에 고장이라도 난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좀 부드러운 말씨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왜 그토록 상대방을 아프게 찌르는 말들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상대방이 많이 아파야 자기가 승리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일까요. 세 치의 혀가 칼보다 더 무서운 흉기라는 말도 있는데, 자기는 남보다 더 날카로운 무기를 가졌다고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것일까요.
진중권 교수는 누가 뭐래도 언어구사력이라고 하는 잘 드는 칼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칼을 무기 아닌 요리인의 식칼로 썼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그런데 또 하나 안타까운 것은요, 조정래 작가의 발언의 취지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가 그 같은 비난을 했다는 사실입니다.
문제가 된 발언의 주어는 ‘토착왜구’라 한 조정래 작가의 말에 대해 진 교수는,
‘그의 말대로 “토착왜구”가 문장의 주어였다고 하자. 그럼 괴상한 문장이 만들어진다. “토착왜구라고 부르는 자들은 일본에 유학을 갔다 오면 무조건 다 친일파가 된다.” 일본에 가기 전에 이미 토착왜구인데 어떻게 일본에 유학 갔다 와서 다시 친일파가 되느냐‘. ‘이게 말이 되려면, 친일파가 일본에 건너가면서 애국자로 거듭났다가 거기서 다시 친일파가 되어 돌아와야 한다’. ‘그냥 감정이 격해져서 말실수를 했다고 하면 될 것을…’ ‘아마 이런 얘기를 하려고 했을 것이다. “토착왜구라 부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부분 일본 유학파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일본에 유학 갔다가 친일파가 되어 돌아옵니다.” 문인이라면 문장을 제대로 써야 한다’.
라는 의미의 말을 하는데요, 그는 이처럼 조 작가가 하고자 했던 말의 취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면서 앞에서와 같은 비난을 한 것입니다. 말의 진위와는 상관없이 비난을 위한 비난을 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는요, ‘무례’나 ‘싸가지’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인격’의 문제이지요. 사람다움의 문제입니다. 그다움이 한낱의 ‘말실수’를 크게 문제로 만든 것이지요. 애먼 대통령의 딸까지 끌어들여 빈정거린 것입니다.
이쯤해서 한두 마디로 말씀을 마치려 합니다. 날이 날카로워 잘 드는 칼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사람들이 큰 상처를 입습니다. 못 배우고 머리 좋지 않은 사람이 도둑이 되면 좀도둑밖에 못되지만, 머리 좋고 많이 배운 사람이 도둑이 되면 매국노 수준의 도둑까지도 될 수 있습니다.
더 나쁜 B는 가만 놔두고 덜 나뿐 A를 나쁘다 하면, 더 나쁜 B보다 덜 나쁜 A가 더 나쁜 것이 됩니다. 이는 양비론이나 양시론보다 더 나쁩니다. 양비론이나 양시론은 옳고 그름의 경계를 허물어 물 타기 효과를 내지만, B는 놔두고 A를 나쁘다 하는 것은 옳고 그름의 위치를 바꿔 놓고 말기 때문입니다.

공주아빠 20-11-09 14:58
 
시대착오적인 판단과 무조건적인 믿음과 신뢰가 더이상 대한민국에서 자리 잡지 않기를 바랍니다.
두필님 20-11-16 23:35
 
좀더 부드러운 언어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을 왜그렇게 상처를 주며 이야기하는 것일까요.?
소피아 21-03-08 09:10
 
날이 날카로워 잘 드는 칼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사람들이 큰 상처를 입는다는 말에 공감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