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0-05-07 14:15
잠자는 사자 코털 건드린 뱁새 - 충남대 명예교수
 글쓴이 : 안타레스
조회 : 717  
잠자는 사자 코털 건드린 뱁새 - 충남대 명예교수


일본 초등학생의 한국 수학여행

나는 인터넷에서 하나의 글을 읽고 나라 걱정이 앞섰다.
 <일본 초등학생의 한국 수학여행>이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백문이 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 아니라
백문이 불여일독(不如一讀)이라는 생각에
여기에 소개해 본다.
좀 길기는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아
일독을 권해 본다.
 
어느 가을날, 불국사 앞뜰은 관광객으로 붐비고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내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행렬이었다.
초등학교 교장이란 직업의식이 이렇게 작용하는가 싶었다.
불국사 앞에는 수학여행단으로 보이는 일본 어린이 두 학급과
우리나라 어린이 네 학급 정도가 나란히 모여 있었다.
가만히 두 나라 어린이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일본 어린이들은 질서정연한 반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김밥, 과자 등을
서로에게 던지고 피하느라 온통 수라장이었다.
어머니가 정성껏 싸준 김밥을 돌멩이처럼 던지고 장난하는 것도 그렇지만
던져서 흩어진 김밥을 어떻게 하란 말인가?
걱정이 되었다.

그 때 일본 어린이 한 명이 일어나서
“선생님 저 아이들이 왜 저렇게 야단을 하는 거예요?” 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곁에 있던 내가 일본말을 알아들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지,
아니면 일부러 들으라고 한 말인지
“응, 조선은 옛날 우리의 하인과 같은 나라였는데
지금 조금 잘 살게 되었다고 저 모양이구나.
하는 짓을 보니 저러다가 다시 우리 하인이 되고 말 것 같구나”라고 했다.
일본 선생님의 얼굴은 진지했다.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진땀을 느꼈다.
우리나라가 다시 일본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는 말을
아이들 앞에서 저렇게 당당하게 하다니,
어쩜 지금도 저들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우리나라를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서글픔과 걱정이 뒤섞인 채 어린이들을 계속 지켜보았다.
역시 걱정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우리나라 선생님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아이들을 데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아이들이 떠난 자리는 김밥과 과자들로 온통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을 나무라지도 않다니,
어쩜 저렇게 더럽혀진 모습을 보고도 그냥 떠날 수 있단 말인가?’
하는 원망이 앞섰다.
그렇지만,
“당장 청소를 하고 떠나라”고
그 선생님을 꾸짖을 용기는 나지 않았다.

일본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가 없었는데도
음식 부스러기들을 주어서 쓰레기통에 버리기 시작했다.
나는 김밥덩이를 줍는 일본 아이에게
“저 아이 들은 함부로 버리고도 그냥 갔는데,
왜 너희들 이 이렇게 치우느냐?” 라고 물었다.
그 아이는 내가 일본말로 묻는 것이 이상하였던지 힐끔 쳐다보며
“모두가 이웃이 아닙니까?
우리가 버린 것이 아니라도 더러운 것을 줍는 것이 뭐가 이상합니까?”
라며 되물었다.
나는 너무나 창피해서 귀 밑까지 빨개졌다.

“우리가 이대로 교육하다가는 큰일 나겠군.”
혼잣말을 하며 쓰디쓴 얼굴이 됐다.
“하인 같았던 나라…. 다시 우리 하인이 될 것 같구나”
라는 일본 교사의 말이 귓가를 맴돌면서
“왱왱” 하는 불자동차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우리는 잊었는가?
1945년 일본사람들이 패전해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돌아가면서 
“100년 후에 다시 오겠다”고  하며
일본으로 돌아갔다.
그 뜻이 무엇이겠는가?


손질 잘된 정원수와 사람 손 타지 않은 원시림

어떻게들 읽으셨는가?
공감들 하셨는가?
나는 공감보다 반감이 앞섰다.
한국 초교 교사들이 자기네가 어지른 것을
치우지 않고 자리를 뜬 것은 잘못이다.
아이들도 김밥이며 과자 같은 음식물을 던지며
장난을 치는 것은 꾸중 들어 마땅하다.
그렇다고 그런 것이 그렇게까지 비난받을 일도 아니지 않는가.

글쓴이는 초교 교장인 듯한데,
일본 아이들과 우리 한국 아이들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고 있다.
일본 아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우수한 민족의 자녀들이고,
우리 아이들은 열등한 민족의 자식들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말투인데,
아닌가.
필자로서는 일본 아이들이 했다는 언행에도 수긍이 가지 않는 면이 있다.
과장의 냄새가 느껴진다.
아니 사실 그대로라 해도 필자로서는 칭찬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
그런 아이들을 어떻게 초교생이라 할 수 있겠는가.
어른아이이지 아이는 아니다.
우리 어른들의 문제는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인 채 어른으로 만들려는 데에 있다.
어른이 아이 같아서는 안 되듯이,
아이가 너무 어른다워도 바람직하지 않다. 

필자는 짧다 할 수 없는 세월을 일본에 체류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그 체류가 80년대 초부터였으니
경제적으로 볼 때 우리는 일본에 많이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보다 못하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들이 부럽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총체적으로 볼 때 우리가 그들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들이 손질 잘된 정원수라면
우리는 사람 손을 타지 않은 원시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로 치솟은 원시림,
그것이 우리라고 생각했다.

불모지에서 꽃을 피워낸 골프의 박세리와 피겨의 김연아,
강남스타일 말 춤으로 온 지구촌을 흔들어 그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 싸이와
따로 수식어가 필요치 않는 BTS,
그리고 오스카 4관왕의 기적을 일궈낸 봉준호,
이들은 그냥 어쩌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아니면 땅에서 쑥 솟아난 존재들이 아니다.
원시림의 기개와 역량의 발로이다.

1998년 우리 정부가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개방을 결정하자,
이제 일본의 사무라이 칼바람이 우리의 안방에까지 파고들어
청소년들에게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거라며
많은 국민들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그건 기우였다.
실상은 정반대였다.
1990년대 말부터 일기 시작한 한류의 바람은 점점 거세져
일본의 안방을 사로잡았고, 급기야는 전 세계를 휩쓸어
이에 매료된 젊은이들은 한글 열공 바람까지 일으켰다.
시위와 같은 거친 이미지의 사회활동까지 촛불문화제로 승화시킨 것도 우리이고,
거리응원이라는 응원의 새로운 장을 열어
지구촌의 곳곳으로 번져가게 한 것도 우리이다.


왕따, 그리니까 이지메의 원조

그런데 일본이 일제 36년의 그 길고 어두운 세월을 통해
우리의 이 같은 원시림의 기개와 역량을 짓밟아 뭉개버렸다.
창씨개명이라는 말 같지도 않은 괴물로
우리 국민 각자의 뿌리인 성을 빼앗고,
이름까지도 지워 버렸다.
말도 글도 다 약탈했다.
심지어 민족정기를 끊는다며
산줄기에 쇠말뚝을 박는 등의 유치한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우리의 민족정신을 지워버리겠다고
그들이 편 소위 민족말살정책에 의한 것들이다.

그런데 그런 저들은 자기네 일본이 한국 근대화를 앞당겼다고
잠꼬대에도 못 미치는 말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저들은 우리 아닌 왜국(倭國) 사람들이니 그렇다지만,
우리 모두와 같은 핏줄을 이어받아
한국인이 분명한 사람들 중에도 저들 왜인(倭人)에 동조하여
같은 말로 나라와 국민들에게 오물을 끼얹기를 마다하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으니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앞에서 소개한 교장 선생님의 글에서도 보았듯이
저들 일본인은 36년간 온갖 악행을 다하다가
패전으로 자기 나라로 돌아가며
실제로 “100년 후에 다시 오겠다” 했다.
그리고 앞의 그 글에서 일본 교사는
우리 한국이 다시 자기네의 “하인이 되고 말 것 같”다 했고,
그 말을 들은 우리의 교장 선생님은
“순간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진땀을 느꼈다” 했다.
왜 그랬을까.
별 사람 다 보겠다며 혀 한 번 끌끌 차고 말면 됐을 것을.

교장 선생님은
“100년 후에 다시 오겠다”는 말에
“그 뜻이 무엇이겠는가?”라고 묻고 있는데,
그게 우리가 저희의 “하인이 되고 말 것 같”다는 말에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진땀”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

우리는 저들 일본을 무서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일부러 왜☓이라고 깔볼 것도 없다.
저들은 저들의 길을 가고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가면 된다.
저들이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여 인정하고
우리를 대하면 우리도 저들을 이웃으로 해서 사는 것이다.

저들이 왜 한국수출을 규제했는가.
우리를 깔봤기 때문이다.
일본 교사의 ‘하인’ 운운한 그런 의식의 발로였는지도 모른다.
얏잡아 보기만 했던 한국이 여러 면에서 저희보다 앞서자
싹부터 잘라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면 그리되리라고 생각해 그 같은 무모한 짓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어땠는가.
일본의 한국수출규제, 그 결과는 다들 아는 사실이니 언급을 생략하겠다.
다만 아베 일본총리가 지난달 29일 코로나19와 관련해
“한국과 정보를 나누고 경험을 교류하는 것은
 대응에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 한 것과
“한국은 우리나라의 이웃 나라이고,
중요한 나라”라고 한 말만은 해 두고 싶다.
저들 일본은 그런 나라이다.

약해 보이면 짓밟고 힘 있는 자에게는 굽실거리는 그런….
아베의 미국을 대하는 것을 보면 알 일이다.
저들의 무역규제 때 우리가 두 손을 싹싹 빌었다면 어땠을까.
높은 자리에 뒷짐 지고 서서 큰 은총이라도 베푼다는 듯
‘옜다 이거라도 먹어라, 하고
무엇인가 하나 던져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는 더 못된 짓을 자행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다.
저들이 왕따(이지메)의 원조임만 봐도 알 일이다.


미운 오리새끼와 아‑뱁새

그런데도 그때, 무역규제 때 일본에게 양보하지 않는다고
정부를 괴롭혔던 사람들이 많았다.
일본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다.
알되 보고 싶은 것만을 보는 사람들이다.
<대한매일신보>가 토왜(土着倭寇)를 가리켜
‘얼굴은 한국인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종’이라 정의하였는데,
그런 사람들이 아니기를 바랄뿐이다.

K팝이 지구촌 젊은이들에게 한글을 배우게 하더니,
이제 K‑방역을 배우겠다는 나라들이 줄을 섰다.
언제부터인가 코로나19 방역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한국이 되었다.
이를 보고 어깨가 으쓱해진 것이 어찌 나뿐이겠는가.
많은 국민들이 이에 갑자기 선진국 국민인 된 것 같은 느낌을
은밀하게 즐기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갑자기가 아니다.
원시림처럼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기개와 역량이 이번에 드러난 것일 뿐이다.

그렇다고 즐거워만 하고 있기에는 너무 이르다.
아직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이놈은 참으로 맹랑한 바이러스다.
인간의 몸속으로 은밀하게 파고들고는
아닌 체 시치미를 뗌으로 무증상 감염자로 만든다.
무증상이니 감염자는 당연히 못 갈 데 없이
자유롭게 활동하며 바이러스를 뿌리고 다니게 된다.

이리되면 감염자는 언제인지도 모르는 사이에
열 명 백 명, 몇 천 몇 만 명으로 늘게 된다.
생활방역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까닭이다.
국민 개개인이,
나 자신이 방역의 주체여야 하는 이유이다.

연유하여 한 마디 더—.

나는 재난지원금 기부라는 말이 나오자
그게 잘 될까라는 부정적 생각이 앞섰다.
이기주의로 찌들어 가고 있는 사회현상이 연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어서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외환위기 때의 금모으기다.
그래 이번 일이 제2의 금모으기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이제 글을 마치려 한다.
일본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일본에 관한 이야기로 마치려 한다.

오리가 품은 알을 깨고 나오자
미운 오리새끼라고 괴롭혔는데,
세월이 흘러 창공으로 비상하는
백조의 우아한 모습을 보는
아‑뱁새의 마음이여!


- 충남대 명예교수 임종석

영미 20-05-12 23:57
 
우리는 우리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살아가야 한다는게 맞는 말씀인거 같습니다.
다만 앞으로는 일본에게 두 번 다시 나라를 빼앗기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하겠지요
어려울때마다 대한민국은 하나가 된다고 하지만,
어려울때나 평온할때나 마음가짐을 올바르게 갖고 바른 생각을 가지고 살면서 당당하게 행동해야만 더 이상 우리를 깔보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번 사태에 전 세계가 대한민국을 다시 보고 우러러 보기도 한다지만,
자만하지 말고 현명하게 잘 헤쳐나가길 바래봅니다.
소피아 20-05-14 09:19
 
얏잡아 보기만 했던 우리나라가 여러 면에서 본인들보다 앞서자 몸부림 치는 것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한류에 이어 k-방역까지 요즘같이 나라에 대한 자긍심이 올라갔던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비상하여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두필님 20-05-15 22:23
 
지난날 우리의 선조들의 피땀으로 일구어 놓은 대한민국이 다시한번 백조가 되어 비상하기를 기도하고 소망합니다~
이다영 20-05-15 23:04
 
외환위기를 포함해 수많은 위기를 극복해온 우리 대한민국이 지금의 위기를 기회삼아 미운오리새끼가 아닌 화려한 백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훈훈 20-05-16 15:03
 
요즘 우리나라의 방역체계가 세계의 모범이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며 계속해서 비상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공주아빠 20-05-18 22:09
 
변화되는 대한민국의 시대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대한민국이 우수한 민족성을 잘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올바른 권면과 배려가 있는 사회가 될 수 있기를 기도 합니다.
봄날 20-05-19 10:33
 
어깨가 으쓱해지는 글입니다.
저 역시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국민 한사람으로써 본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게 되네요.
규연애비 20-05-21 16:43
 
k방역에 대한 파급효과는 어마합니다. 대한민국의 위생이 날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한편으로는 시기질투하는 나라들도 있는것같네요
대한민국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가 가지게 되는 글입니다.
윤지 20-05-31 16:47
 
오만과 편견이라는 단어가 생각납니다.
어린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나오는 생각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어디서나 겸손한 마음과 자세를 가지고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선희 20-06-07 23:28
 
우리나라의 국민으로써 자부심을 가지고 모범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 됩니다.  불철주야 수고하는 방역 당국과 의료진들을 위로하고 응원합니다.